[시골버스는 '희망'을 안고 달린다] 불갑어르신들의 조용한 담소가 따뜻한 불갑사행 버스에 오르다.
[시골버스는 '희망'을 안고 달린다] 불갑어르신들의 조용한 담소가 따뜻한 불갑사행 버스에 오르다.
  • 박수연
  • 승인 2016.05.17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광읍에서 출발해 불갑사 입구까지 우리 어르신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는 버스 노선이다.
15명 남짓한 승택을 태우고 터미털에서 출발해 시내를 돌아 기독병원을 거쳐 학정리 회전 교차로를 돌아 함평 방면으로 향하면 본격적인 노선이 시작 된다.
 영광 운전 면허 학원을 지나 군서 보라리를 거쳐 순용재의 높은 고개에 올라서는 버스는 시원하게 내달린다.
 하지만 잠시 고개의 내리막길을 다다른 버스는 속력을 줄인다. 불갑의 첫 마을인 순용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갑 저수지를 끼고 형성된 마을 앞에는 얼마전까지 유채꽃이 가득 피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았다.
 들판을 지나 산자락 끝에 우뚝 선 '선바위를 돌아 들어 가면 안맹리가 있다.
 이제는 '학생의집'으로 불리는 한때는 수많은 졸업생들을 배출 했을 불갑중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초등학교를 지나 쌍운리를 들어 서면 길가에 벗꽃들이 줄을 맞추어 병사처럼 늘어서 있다.
 새롭게 정비된 산책로가 기다란 뱀처럼 버스 옆을 따른다. 초등학교를 지나 1키로 남짓 더 가면 임진왜란때 일본으로 끌려가 유학사상을 전파한 내산서원이 녹음의 숲 사이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작은 고개를 지나 방마리로 넘어가 회전 교차로를 지나면 방마리가 있다.  모내기철을 맞아 한창 작업중인 농기계들이 불갑면의 주요 작물이 될 홍찰벼단지를 열씸이 드나 든다.
 생태하천 복원중인 불갑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모악리 마을이 위치해 있다. 매년 상사화 축제때면 인산 인해로 시끌벅적 할테지만 봄과 여름 동안은 한적한 여느 시골 못지 않게 차분하고 평화로울 뿐이다.
 자비리로 들어가는 길을 지나 이제 종착인 불갑사 입구로 향하는 버스안에는 이제 2명의 승객만이 남았다.
 읍내에서 마련한 한보따리 짐을 들고 내리는 불갑 어르신들의 굽은 등이 가슴 한견에 고마움으로 남는다.

22살의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나 불갑으로 시집와서 살게됐다는 정예일(82) 어르신.
영광에는 어떤 일 때문에 가시냐는 질문에 "늙은 사람이 뭐때문에 가겠어. 병원가려고 나왔지"라고 말한다.
매일 병원을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받아도 낫지가 않는다며 속상해하기도 했지만 늘 밝은 마음으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자비리에 살고 있는 정 어르신은 "옆집에 우리 딸이 살고 있어. 그래서 아프면 바로 달려와주고 맛있는 것도 해주고 참 좋지"라며 시골에서의 생활이 즐겁다고 말한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병원을 자주 가는 것이 힘들지만 불갑에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정 어르신은 그저 행복하다.

10년 동안 수많은 영광군민들을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드리고 있다는 장형영(56)버스기사.
불갑사로 가는 길에 그를 만났다.
"버스를 타시는 분들이 대부분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라며 "어르신들이 성격이 급하셔서 자리를 계속 바꾸시는데 그럴때마다 제가 더 불안불안해요"라고 말하는 장 씨.
뒷자석에 앉아있다가 앞좌석에 자리가 나면 부리나케 달려온다는 어르신들. 장형영 씨는 "어르신들의 행동을 살펴보며 운전하는 것"이 그가 제일 신경쓰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장 씨는 운전을 하면서도 어르신들의 말에 귀기울여 대화에 참여한다.
불갑에 대해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를 보며 불갑에 대한 애정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