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폐기’ 못박은 정부…핵폐기물 대책부터 내놔야
[사설] ‘탈원전 폐기’ 못박은 정부…핵폐기물 대책부터 내놔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2.07.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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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지난 5일 내놓은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27.4%였던 에너지원 구성 내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 확대한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된 원전 정책을 합리적으로 재정립한다는 방침에 따라 탈원전 폐기를 명문화한 것이다. 원전업계에서는 일감 조기 창출과 원전 수출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원전 가동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용 후 핵폐기물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를 둘러싼 우려감이 더욱 크다. 영광군과 군의회,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사용후 핵연료 공동대책위원회핵발전소 밀집 도시로 계속 남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영광 지역은 원전 밀집지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탈원전 백지화 기조에 수차례 우려를 표시해 왔다.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컨트롤타워 성격의 전담 조직을 신설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을 실행할 계획이라지만 국민들이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이 두 가지는 이전 정부 때부터 추진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앞선 정부들은 인천 굴업도(1994), 전북 부안(2004) 등에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하려 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이 이번에도 제시되지 않은 셈이다. 가뜩이나 원전마다 포화상태를 앞두고 그야말로 초읽기를 하고 있다. 당장 2031년부터 포화가 예상되는 한빛 원전이 그 예다. 원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포화 속도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해선 이전 정부의 대책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니 원전밭을 곁에 둔 지역 정서를 무시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게다가 정부는 원전 내에 한시적으로 저장시설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빛 원전 등 원전 부지 핵폐기장화방침에 다시 쐐기를 박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용 후 핵폐기물을 원전에 그대로 쌓아두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탓이다. 그러니 군민단체가 원전 지역 주민의 안전이나 미래 세대의 부담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안전사고와 주민 건강에 영향이 없도록 단단히 관리하는 시설이겠지만 이런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으려면 납득할만한 설명과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외국이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이미 오래 전에 관련법을 만들고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운영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나라는 1983년 원전 운영 초기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2005년 세계 최초로 영구처분시설 건설에 착수했다. 그 전제는 명확한 원칙 및 주민과의 소통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이 격변하고, 정작 필요한 대책은 미래세대로 미뤄버린다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것이 원전 문제 아닌가. 합리적인 대책이란 결국 주민 공론을 수렴한 뒤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에너지 정책과 원전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정책 추진에 앞서 주민 동의부터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