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다리는 봄날은 어김없이 온다
[기고] 기다리는 봄날은 어김없이 온다
  • 투데이영광
  • 승인 2021.04.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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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농노인대학장
정 병 희

  매년 이맘때면 모든 대상자는 2년에 한 번씩 거치는 건강 검진을 받는다. 어쩌면 겨울이 졸린 듯 하품을 하고 봄이 막 기지개를 켜고 기상하려는 순간, 나 또한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빌려 올 한 해 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입춘을 거쳐 우수, 경칩이 지나면서 마침내코로나19’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벌써 10여 일이 지났다. 그러고 보니코로나19’가 우리 주변에 발생한 지도 어느새 400여 일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얼마 전 백신을 운반하는 특수차량의 행렬과 삼엄한 호위는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제발 백신이코로나19’에 시달리는 많은 국민을 안심시켜줄 최종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특히 사람들은 너무나 힘겨워서 지치다 보니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울러 마스크 착용여부를 둘러싸고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시비는 이런 저간의 사정들과 결코 무관치 않은 참으로 웃지 못할 사건들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사회적 거리두기를 온몸으로 실천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사회관계를 금지당한 참기 어려운 이 심정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래서코로나블루란 신조어도 생겨났다.‘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은 인류에게 위험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대자연의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어느 날 모 선배님의 초대를 받고 식당에 들어서니 짜증 섞인 직원의 안내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다고 느끼는 순간 방문시간과 이름 및 연락처를 정확히 적으라고 요구하는 그의 태도에 은근히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어쩌지 못하는 현실이 아닌가?

  참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더 경직되어가고 또 서로에 대한 불신의 장벽도 모름지기 높아져 가고 있는 현상이 몹시 안타까울 뿐이다. 더욱이 나들이하기를 꺼리거나 아예 중단해 버리는 이런 풍경은 왠지 낯설고 어색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 사람 사이에 감히 기계가 끼어들어 간섭하는 것과 같은 이 불편함, 나의 동선(動線)이 어디엔가 무삭제 기록으로 남는다는 찜찜함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과도 같은 것,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를 마음만 먹으면 추적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그 아무도 바라지 않는 부분, 말로만 듣던 원형 감옥에 갇힌 불안감이 이런 것일까 싶다. 무엇보다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역겨움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오는 봄이야말로 진짜 봄이다. 가는 봄은 벌써 봄이 아니다. 나는 남모르게 기원한다. 봄은 가는 봄이 아니라 오는 봄이기를. 아쉬워하며 손을 흔드는 봄보다 맨발로 뛰어나가 맞이하는 봄이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우리가 좋아하는 봄 노래의 제목은 왜 한결같이봄날은 간다여야만 할까? 오래전 백설희의 노래도, 김윤아의 요즘 노래도 모두봄날은 간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봄날은 어김없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