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택트(Un:tact) 명절을 넘어서, 온:택트(溫 :tact) 명절을 보내자
[사설] 언:택트(Un:tact) 명절을 넘어서, 온:택트(溫 :tact) 명절을 보내자
  • 이예지 기자
  • 승인 2021.02.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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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주춤했던 3차 유행이 우리의 일상 곳곳을 다시 위협하자 정부는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의 현행 거리두기 단계와 강화된 방역 기준을 유지키로 했다. 가장 거센 3차 확산세를 설 연휴까지 확실히 안정시켜야만 백신 접종과 3월 개학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소중한 일상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기에 나온 방침일 것이다.
 온라인에는 고향 방문 자제 캠페인으로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 ‘불효자는 ‘옵’니다’, ‘며늘아, 안 와도 된다. 아들아, 선물은 택배로’ 등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기발한 아이디어로 넘쳐나고, 비대면 명절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도 속속 등장했다.
 아무리 그래도 차례의 간소화가 예법이나 전통에 어긋나는 건 아닐까 찜찜하던 찰나에 유교연구와 전통예절 계승활동을 하는 성균관에서도 지나친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정성스러운 마음을 나누는 것이 전통에도 맞고 유교 정신에도 맞으니 원격지 차례도 괜찮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그런데 명절의 의미는 무엇일까? 명절은 떨어져 있던 가족 구성원이 함께 모여 덕담과 정을 나누는 화합의 역할이 크다. 차례는 그것을 이어주는 매개체일 뿐이다. 이대로 가면 명절의 미덕은 간데없고 ‘가족의 해체’만 가속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명절’ 전부터 명절에는 ‘취업은 언제 하냐, 결혼은 왜 안 하냐, 손주는 언제 안겨 줄 거냐’와 같은 잔소리, 명절 스트레스, 명절증후군, 이혼율 급증 등 같은 부정적 표현이 뒤따랐다. 그래서 명절 연휴 동안 귀향하는 대신 여행을 가거나,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대행 서비스에 맡기고 신경 안 쓴다는 집이 늘어나는 등 명절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었다.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비대면 설날’을 넘기고 나면 자칫 명절이 각자의 집이나 휴가지에서 연휴를 보내며 형식적으로 명절을 보내는 문화가 확산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설날엔 가족과 만나지 못하지만 대신 전화나 문자라도 좋으니 진심을 담아서 한 번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오히려 평소에 ‘내 마음 다 알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미뤄온 언어들이 가족 간의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집에서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은 자식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고 안 와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명절을 핑계로 자식을 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잊지 말아야 한다.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조금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자. 가족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다면 마음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지고 마음의 온도도 봄 날씨보다 따뜻해질 것을 믿는다.
 곧 끝이 오기 마련이다. 이번 설날은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갈 기회일 수 있으니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이동을 삼가고 접촉을 줄여 집단지성과 방역 협력을 꼭 지켜 ‘비대면 명절’의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