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는 '희망'을 안고 달린다.
시골버스는 '희망'을 안고 달린다.
  • 박수연 기자
  • 승인 2016.06.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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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들.

영광에서 평금마을까지 가는 대마행 버스. 버스에 탄 승객들은 남자어르신이 대부분이다.
승객들이 다 타고나면 영광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대마방면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대마동부보건진료소를 지나 복평마을입구에서 승객들이 하나 둘 내리니 버스 안이 휑하다. 영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양옆으로 펼쳐져 있는 드넓은 양파밭에서는 농민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복평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는 이 어르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복평에서 살고 있는 그는 대마면 토박이다. 아내와는 중매결혼을 통해 만나 함께 논밭을 일구며 살았다고 한다.
“10년 전까지 밭일을 하다가 몸이 성치 못해서 밭을 내놨어. 지금은 작은 밭에다가 직접 콩을 키워서 먹기도 하고 이웃한테 나눠주기도 해”라고 말하는 어르신.
한 승객이 "이 양반 무릎이 아파서 물리치료 받으러 다니고 있는데 내색않고 씩씩하게 밭일을 한다니까"라고 말한다.
어르신은 밭일이 없을 땐 집에서 쉬거나 가끔 경로당에 들러 마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1993년부터 영광마을버스를 몰고 있는 황용운 버스기사(58). 황 씨는 버스에 붙어있는 버스기사 구인 광고를 본 뒤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빚이 쌓이다보니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염산에서 택시기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대형면허를 취득해 버스기사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
농사지으며 쌓인 빚을 다 갚고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가족 간의 친밀도가 더 높아졌다는 황용운 씨. 20년 전까지만 해도 힘들게 살았던 그는 버스기사 생활을 하며 삶이 즐거워졌다. “영광교통에 들어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운전을 하면서 창문너머로 보이는 자연과 작물들을 보면 편안하다”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