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는 '희망'을 안고 달린다.
시골버스는 '희망'을 안고 달린다.
  • 박수연 기자
  • 승인 2016.06.14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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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한 온정을 가득 싣고 달리는 행복한 입암리행 버스

영광에서 입암리까지 법성 어르신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버스 노선이다. 8명 남짓한 승객을 태우고 터미털에서 출발해 덕호다리로 진입하면 부귀동 마을입구에 도착한다. 장수촌 경로당을 지나면 무수히 많은 나무와 풀숲이 우거진 좁은 도로를 달린다.

좁은 도로 옆 주택들이 보이면서 어르신들이 차례차례 내리기 시작한다. 입암리에 도착한 버스에서는 마지막 승객이 하차하고 나면 법성터미널에 잠시 정차한 뒤 영광으로 간다.

양손에 생활용품을 들고 버스에 탄 모 어르신은 법성면 부귀동 마을에 거주중이다. 홀로 살고 있는 어르신은 9명이나 되는 자식이 있기에 든든하다. 몸이 불편해 일을 못한다는 어르신은 경로당에서 친구, 동생들과 얘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다.

“오랜만에 법성포 단오제가 열리잖아. 2년 전까지만 해도 가서 구경하고 돌아다니고 그랬는데 지금은 태워다 줄 사람도 없고 다리아파서 갈수가 없으니 아쉽지”라고 말하며 아쉬워하는 어르신.

어르신은 “단오제 가서 각설이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어”라며 얘기한다.

서울에서 사업하다 고향인 영광으로 내려와 11년째 버스를 몰고 있는 ㈜영광교통의 강성두(46) 기사. 강 씨는 작년에 가출한 공익근무요원을 영광경찰서에 신고해 상을 받았다. 당시 영광경찰서에서는 자살 시도하려는 공익근무요원을 찾기 위해 버스기사들에게 그의 인상착의를 알려줬고 연락을 받은 강성두 기사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수상하다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공익요원의 가족들이 저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걸 보며 뿌듯했다”며 “작년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고 기사 생활을 하면서 제일 보람찬 일이였다”고 얘기했다.

항상 즐겁게 일을 하는 그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항상 서던 자리에 버스가 멈추는데 어르신들이 자기를 지나쳐 앞으로 좀만 가도 호통을 치신다”며 “버스는 택시가 아닌데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미니버스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강성두 기사는 “회사 분위기가 좋고 선후배들 간의 우애가 깊어 일을 오래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다”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