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는 '희망'을 안고 달린다.
시골버스는 '희망'을 안고 달린다.
  • 박수연 기자
  • 승인 2016.06.0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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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어르신들의 수다가 즐거운 백수행 버스에 오르다.

영광에서 월평마을까지 홍농 어르신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버스 노선에 올라서면 정겨움이 가득하다.
 15명 남짓한 승객을 태우고 터미널을 출발해 법성터미널을 거쳐 홍농읍에 진입하면 본격적인 노선이 시작 된다.
 영광원자력사택후문을 지나면 양옆으로 넓게 펼쳐진 논밭에 자리잡은 새로운 생명들이 달리는 버스를 반긴다.
한참을 더 달려 파란 지붕의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어르신들이 차례차례 내리기 시작한다. 월평마을에 다다른 버스 안에는 1명의 승객만 남았다.
 종착지에 도착한 어르신은 버스에서 하차한 뒤 장본 것들을 힘겹게 들고 집으로 향한다.
 언제나 고향을 지키며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뒷바라지에 여념없는 모습에 어깨가 힘겨워 보이지만 역시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월평마을을 거쳐 이름 모를 삼거리를 지나고 다시 영광으로 향하는 승객들을 태우고 영광읍을 향해 간다.

홍농읍 상하리에 거주하고 있는 전성엽(82) 어르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홍농에서 살고 있는 전 어르신은 고추밭, 참깨밭, 감나무 등 여러 작물을 재배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를 많이 먹어서 작물들을 키우는 것 자체가 나한텐 운동이나 다름없어”라고 말하는 전성엽 어르신.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해야 한다며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밖에서 활동을 해야 삶이 더 윤택해진다고 말한다.

아내와 함께 3명의 아들과 1명의 딸을 키우며 힘들었던 나날을 회상하는 전 어르신은 “얘기하다 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네. 4~50년 전에만 해도 시골에서 돈 벌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집에서 농사짓는 것이 전부였어. 농사지어서 번 푼돈으로 무명베를 짜서 애들 옷을 입혀주곤 했지”라고 얘기한다.

전성엽 어르신은 “요즘은 옛날보다 살기가 좋아져서 참 좋아”라며 “남들한테 피해 안 입히고 오래오래 마누라랑 행복하게 살고싶어”라고 말한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영광군민들을 위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영광교통의 이용식(49) 기사. 16년 동안 승객들의 발이 되어주고 심심해하시는 어르신들에게 말을 건네며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용식 씨는 “웬만하면 버스에 타는 승객들을 거의 다 안다”며 한 초등학생을 보고 “매일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데 오늘은 일찍 가네”라고 얘기하는 그에게서 승객들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느껴졌다.

“크기가 작아진 버스가 생기고 나서 버스를 타는 승객들에게 혼난 적이 많아요. 큰 버스만 타다가 작아진 버스를 타려니 답답하고 앉을 자리가 부족해 그러셨겠죠. 지금은 오히려 큰 버스보다 계단이 낮다며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라고 말하는 이용식 기사.

버스 운전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이용식 씨는 “2016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6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어요. 버스기사들끼리 장난으로 이제 곧 12월이라고 얘기들 해요”라고 말하며 웃어 보인다.

그는 “지금처럼 승객분들과 사는 얘기 나누면서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고 싶어요”라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