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로당 보조금은 쌈짓돈?…보조금 관리 특단 대책 필요
[사설] 경로당 보조금은 쌈짓돈?…보조금 관리 특단 대책 필요
  • 투데이영광
  • 승인 2024.08.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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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관내 A경로당 보조금에 대한 개인 착복 및 횡령 의혹이 드러나면서 경로당 보조금 지원 사업이 집행과 관리에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이같은 보조금 부당사용에 대한 수차례 민원제기에도 오히려 담당 공무원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해 그 이유와 책임성까지 논란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경로당에 투입되는 보조금에 대한 부실한 운영 사례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담당 공무원이 경로당 운영보조금 집행방법에 대한 교육을 노인지도자(회장, 총무)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고 있는지, 세부 항목별로 정산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가 2020~2022년 영광읍에 위치한 경로당 보조금 정산 실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냉·난방비가 유용됐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4월 본지(투데이영광)가 보도한 영광읍의 경로당 보조금 엉터리 정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코로나19로 휴관이 잦았던 2020, 2021년도에 몇 곳의 경로당이 냉·난방비와 부식비 등 보조금을 모두 사용했다며 반납 금액을 ‘0’원에 맞췄지만 공무원의 정산에는 걸리지 않았다. 군의 관리·감독 부실을 가감 없이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읍면 경로당도 마찬가지다. 한 면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마을 경로당도 대부분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B경로당 담당도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아무리 가르쳐도 실행을 하지 않으니 이 같은 일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는 하소연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담당 공무원이 부정사용 보조금은 환수했다’, ‘문제의 경로당 회장도 합의로 재 선출해 잘 해결됐다’, ‘어르신들이다보니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등 무책임한 해명만 늘어놓는다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까? 물론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라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처지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장부나 보조금 사용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군민의 혈세를 대신 관리하는 공무원이 귀찮다거나 민원이 두려워 무마하려 한다면 이는 직권을 남용하거나 보조금을 횡령한 당사자와 함께 증거를 은닉한 공범이 될 수 있다.

  영광에는 379개의 경로당이 있다. 한 경로당에 년 간 3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의 보조금이 투입된다. 매년 전체 경로당에 약 30억 원가량 지원된다는 계산이다. 이 돈은 공무원 개인의 돈이 아니다. 어른을 공경해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공경해야 한다. 공무원이 이같은 부정사용을 파악하고도 그냥 어르신들이라 적당히 넘기면 공무원은 직무유기에 해당하고, 또 다른 민원만 파생시킬 뿐이다. 불법 행위로 혈세가 새는 걸 용인할 군민이 누가 있겠는가.

  군은 더 이상 인력 부족을 핑계 삼고 어르신들의 반발을 의식할 때가 아니다. 지역 어르신이 이용하는 대표적 여가 공간인 경로당이 지역사회의 모범으로 거듭나도록 투명하고 철저한 보조금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