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 강행, 막나가는 한수원
[사설] 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 강행, 막나가는 한수원
  • 투데이영광
  • 승인 2024.06.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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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빛원전 내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46일 이사회를 열고 한빛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추진계획안을 의결했다. 12월에는 한빛원전 부지 내에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한 용역을 한국전력기술()와 체결했다.

  국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에 대한 막판 논의가 진행 중이고 기존 원전의 영구 핵폐기장화를 우려하는 지역의 반발을 모를 리 없는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을 확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지역 주민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추진하는 한수원을 규탄했다. 한수원이 건식저장시설을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원자력안전법상 관계시설로 간주해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건식저장시설은 공기로 핵폐기물을 식혀 보관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데, 경수로 원전에 현재 가설돼 있는 습식저장시설’(물 속 저장)의 수용량 포화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핵폐기물 영구처리장 마련 대책이 막연한 상태에서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할 경우 영구처리장으로 변할 공산이 크다. 영구처리장 대책을 전제하지 않은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허용할 수 없는 이유다.

  건식저장시설 설치는 원전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한 조치다. 경수로는 습식저장시설을 원전과 함께 건설하는 까닭에 핵폐기물 수용량이 다 차면 증설이 불가능하다. 한빛원전 등 국내 경수로 원전 20기의 수용량 포화시기가 곧 연쇄적으로 도래한다. 정부가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게 건식저장시설이다. 문제는 핵폐기물 영구처리장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영구처리장 대책 없이 수명 만료 원전인 한빛1·2호기 가동 연장 절차에 돌입한 상태이다. 가동 원전이 늘어나면 핵폐기물도 증가해 저장시설의 수용량 포화시기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관건은 주민 동의 확보다. 현행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는 사용후핵연료 등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인·일반시민·전문가 등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수 있게 돼 있다. 한수원은 원전 건설과 운용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원전에 따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은 결국 지역 주민들 아닌가. 주민 동의 없는 일방 추진은 비민주적 폭거나 다름없다.

  한빛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와 한빛1·2호기의 수명 연장 시도에서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원전만큼 안전이 중요시되는 시설은 없다. 한수원은 건식저장시설 구축 과정에서 주민동의 등 절차적 정당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간 원전 가동으로 불안하게 살아온 영광 군민에게 핵폐기물까지 떠안으라는 것은 가혹하지 않은가. 한수원은 주민 동의 없이 추진하는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