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제한, 소비자 의견 우선돼야
[사설]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제한, 소비자 의견 우선돼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3.05.30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하나로마트나 대형 식자재·농수산물도매점 등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권고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은 지역 영세 상가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들의 영업을 돕기 위한 취지로 만든 제도다. 또한 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유익한 목적도 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용처 제한으로 소비 활동에 애로가 있다는 반응이다. 농업용품 구매 등에 이용하지 못해 영농 부담이 늘었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했던 소비자들의 의견을 고려한 유연한 정책이 요구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를 소상공인 중심으로 재편한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안을 발표하고 5월까지 관련 조례를 개정하도록 지자체에 통보했다. 중소기업이라도 연매출액 30억 원이 넘는 사업장은 지역화폐 사용처에서 제외할 것을 지자체에 권고했다. 대표적인 예로 하나로마트와 대형 식자재·농수산물도매점을 꼽았다. 해당 사업장의 경우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영세 상권 활성화를 위한 정부 의지를 반영했다는 측면에서 일견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비자의 애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광군의 경우 가맹점 약 3000여개 중 52여개가 제한 대상 매장으로 농·축협 하나로마트, 대형병원, 주유소 등 군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매장이 상품권 제한 업장에 포함됐다.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이나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통여건이 어려운 농촌지역의 경우 사실상 농협 외에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령의 농어촌 주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읍 단위 이상의 지역으로 나가 상품권을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군민들은 지침이 시행되면 상품권을 더 이상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농업인들이 영농 관련 물품을 집중적으로 구입하고 있다. 농협 마트에서 비료나 농약을 지역화폐로 구입해 경영 부담을 덜 수 있었는데, 사용이 제한된다면 농민수당으로 받은 지역사랑상품권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자치분권 시대에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로 지역 조례를 일제히 같은 내용으로 개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열악한 농어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지침은 재검토 돼야 한다. 농어촌은 의료나 여가, 소매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더해 열악한 대중교통 시설과 고령의 주민들이 상당수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지침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비록 올해부터 한도와 할인율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변함없이 서민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필요성과 사용처 등에 대한 결정은 소비자들의 의견이 우선 반영돼야 한다. 하루빨리 사전 치밀한 검토과정을 거친 새로운 권고사항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