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원전 수명 연장부터 핵연료 보관까지…주민 동의부터 구해야
[사설] 노후원전 수명 연장부터 핵연료 보관까지…주민 동의부터 구해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3.05.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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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가 원전 최강국을 내세우며 한빛 1·2호기 등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원전입지 지역에 고준위 방폐물 임시 건식저장시설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군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은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한수원이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기 때문이다.

 한빛원전 1·2호기는 3년 전 산업통상자원부가 결정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폐로대상으로 선정,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폐로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돌연 폐로 계획을 수명 연장으로 완전히 바꿨다. 영광 군민은 졸지에 폐쇄하기로 전 정부가 약속했던 노후 원전 한빛 1·2호기를 각각 10년씩 연장하겠다는 현 정부의 원전폭주 정책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한빛원전 1·2호기는 198512월과 19869월에 운영 허가를 받아 가동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가짜부품 사건으로 인해 원자력발전과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고, 원자력 통제 핵심 장치인 제어봉이 낙하되면서 원자로가 수동으로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해 검찰수사까지 이뤄졌다. 또한 증기발생기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증기 누설로 인해 출력이 감소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으며 이미 노후화 된 원전임에도 정부에서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원활한 전력수급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연장 가동이 결정됐다.

 이에 주민들은 원전 수명연장에다 핵폐기장화까지 원전 지역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방식의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한다. 한수원은 중간저장시설 운영 전까지 사용하는 임시 저장시설이라고 설명하지만, 지역사회는 중간 및 영구 처분장 건설은 1978년 국내 상업 원전 첫 가동 이후 지금껏 풀지 못한 숙제라며 원전 지역이 결국 영구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을 가리킨다. 고준위 핵폐기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라고도 부른다. 경북 경주에 건설, 운영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사용 후에도 엄청난 열기와 독성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원전 내부 물탱크(수조, 습식저장소)에 임시 저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공간의 포화가 임박해 원전 가동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자 부랴부랴 지상 건식저장시설 신축에 나선 것이다.

 한수원 측은 신축될 건식저장시설은 정부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대로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활용되며, 시설 용량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건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광을 비롯한 지역사회는 임시시설이 아니라 영구시설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40여 년간 원전 가동으로 불안하게 살아온 영광군민들에게 영구적으로 핵폐기물까지 처리하라니 가혹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제대로 된 주민 의견 수렴이나 정보 제공 없이 이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다. 한수원은 한빛원전 내 사용후핵연료건식저장시설 설치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