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어촌 의료 공백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돼
[사설] 농어촌 의료 공백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3.05.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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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의료 환경의 열악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의료 취약으로 손꼽히는 농촌 지역의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공공보건의료 기관조차 공중보건의(공보의) 자원이 해마다 줄어 농촌지역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그나마 나은 시 단위 지자체는 버틸 여력이 있지만, 가뜩이나 의료보건체계가 부족한 군에는 타격이 크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 내용을 보면 보건의료부문에서 질병 치료 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불만이 26%로 가장 높았다. 의료기관을 찾는 거리와 시간을 보면 농촌이 질병치료에 얼마나 취약한지도 잘 나타난다. 특히 65세 이상 농어촌 노인 1인가구가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 가려면 평균 33분이 걸리며 응급실에 30분 이내 도착하는 비율은 66.4%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농촌지역에 공보의 마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공보의 배출 인원이 해마다 줄어 공급 여력이 없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이유를 내세워 농촌 기초 의료체계 보완을 미룬다면 실패한 정부의 의료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2012년까지만 해도 공보의가 4000명 넘었으나 2022년 복무 중인 인원은 3389명에 그친다. 10년 만에 1000명가량 감소한 것이다. 공보의 신규 편입 인력도 2008년까진 연간 2000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작년엔 1000명대로 떨어졌다. 18년째 전국의대 정원이 3058명에 묶여있으니 자원 자체가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여학생 비중이 공보의 제도 도입 초기 14%에서 최근엔 35%까지 늘어났다. 남학생들도 복무기간이 배 이상 긴 공보의보다 현역을 선호한다. 미필자보다 군필자 입학이 많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10년 이상 이어진 영향도 크다. 현 상황이 계속되는 한 공보의는 감소를 못 피한다.

 어찌 보면 공보의 이슈는 우리나라가 처한 의료체계 전체 현안의 일부에 불과할지 모른다. 저출산으로 인한 환자 감소와 분쟁 증가 등을 이유로 필수진료과목 중 하나인 소아과는 전공의를 못 구하는 형편이다. 산부인과 내과 외과에선 오래 전부터 벌어져온 일이다. 의사나 병원의 대도시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막혀 매번 무산됐다. 의료 취약지 등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 의사제나 공공의료기관 의사를 별도 양성하는 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지난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됐으나 현재는 중단 상태다.

 많은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의료진과 시설이 우수한 가까운 병원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길 원한다. 하지만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 같은 바람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집 주변에 병원 자체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농촌에서는 병원 한번 가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 게다가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거동도 쉽지 않아 병원 방문을 미루다 병을 키우기 십상이다. 이처럼 열악한 농촌지역 의료 여건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열악한 의료 환경은 지방 소멸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기도 한다. 그래서 귀농·귀촌도 주저하게 만든다. 따라서 농촌 의료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서둘러 해법을 모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