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포화 임박 이유로 밀어붙여선 안 돼
[사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포화 임박 이유로 밀어붙여선 안 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3.04.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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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한빛 1호기 가동이래 38년째 해결되지 않는 난제 중의 난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 발전 과정에 나오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과 열이 남아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말한다.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선 준위가 높고 고열을 계속 발산해 원자로에서 바로 꺼낸 뒤 10깊이의 수조에서 10년가량 냉각시켜야 한다. 우라늄연료 다발체를 끄집어 내 지상에 임시 저장한다니 그 위험성은 예측하기 힘들다.

 원전이 돌아가는 한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포화가 임박하자 한수원은 한빛원전 부지 안에 사용후핵연료의 지상 저장시설을 2030년 건립해 한빛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임시로 보관할 계획이다. 현재 원전 내부 수조에 있는 핵폐기물은 2031년이면 더는 저장 공간이 없기 때문에 2030년부터 이 시설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한수원 주장이다.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계획을 내놨지만 국민들의 이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원전 외 지역에 중간 또는 영구저장시설을 조속히 만들되 그때까지는 기존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한다는 게 골자다.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어디에 세워야 할지, 지역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정부는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해 운영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하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원전 도시 입장에서는 중간 또는 영구시설을 조속히 만든다는 약속보다 최종 부지가 확정되기 전에는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한다는 대목에 더 민감하다.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폐물 관련 특별법안이 상정돼 있다.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았는데 일부엔 원전부지의 한시적 저장시설을 언제까지 운영할지가 빠져 있다.

 법안 희망대로 되면 좋겠지만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10, 20년 이후라도 보장은 어렵다. 9번의 핵폐기장 건설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전례가 이를 증명한다.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찾지 못한다면 원전 지역이 영구 핵폐기장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 때문에 나온다. 영구 처분장은 올해 당장 부지 선정에 착수하더라도 2060년이나 돼야 완공할 수 있다. 또한 영구시설이 지어지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물을 대상이나 방법도 없다.

 언제 지어질지도 모를 영구시설 설치 로드맵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정부가 그동안 너무 신뢰를 주지 못했다. 임시시설 가동 시한과 책임 주체를 특별법에 명시하는 노력을 통해 약속을 믿게 할 책임이 있다. 수십 년간 원전 가동으로 불안하게 살아온 영광 군민에게 영구적으로 핵폐기물까지 처리하라니 가혹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제대로 된 주민 의견 수렴이나 정보 제공 없이 이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다. 단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불완전한 특별법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지역의 저항만 자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