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명무실한 실버존, 확충·관리로 ‘노인보호구역’ 이름값 해야
[사설] 유명무실한 실버존, 확충·관리로 ‘노인보호구역’ 이름값 해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3.04.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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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존은 고령 보행자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고령자의 통행량이 많은 구역을 대상으로 차량의 속도를 제한하고 일정 시설을 설치한 교통약자보호구역이다. 교통약자인 노인들이 많은 시설 등의 주변 도로를 통행하는 노인의 수와 통행로 등을 조사해 필요성이 인정되면 지정할 수 있다. 실버존으로 지정되면 차량운행속도 시속 30이내 제한 표시 등 노인 안전을 위한 안전표시판 등을 설치하고 규제를 하게 된다.

 실버존은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증가하자 지난 2008년부터 지정해 운영해오고 있다. 하지만 스쿨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다 실버존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 유명무실하다. 스쿨존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실버존의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돼 관리도 허술하다. 실버존은 주로 노인복지시설 주변에 한정돼 있다. 실버존 지정 자체도 쉽지 않은데,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주정차 금지 등에 따른 생활불편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영광의 경우 실버존은 단 한곳으로 숫자부터 턱없이 부족하다. 지정된 곳조차 과속카메라 등 교통안전 시설은 거의 없다. 지난 3년간 영광에서 발생한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 건수는 241건으로 21명이 숨지고 276명이 다쳤다. 노인들은 인지능력과 운동신경이 저하되면서 길을 건널 때 오래 걸리고 순간 상황판단 능력도 떨어진다. 그만큼 위급한 순간에 대처하기 어려워 교통사고가 나기 쉽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 교통사망 비율 증가는 불가피하다. 노인 대부분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은 낮다.

 스쿨존은 이른바 민식이법이 통과되면서 20203월부터 과속단속카메라와 신호등, 과속방지턱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실버존은 논의 자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외면 받고 있다. 실버존 내 교통사고는 스쿨존과 달리 가중처벌 규정도 없다. 이렇다 보니 스쿨존에서는 과속을 삼가하는 운전자들이 실버존에서는 과속하거나 불법 주차를 일삼는 사례가 많다. 운전자들이 스쿨존과 함께 실버존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분위기 조성이 급하다.

 세계적으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다. 그 중에서도 영광군은 3월 기준으로 총 인구 52197명 중 15999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로 30.6%를 차지, 2029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불어 노인 교통사고 사망율도 높아지고 있는데 국가적으로는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등의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광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노인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노인들이 자주 찾는 시장이나 터미널 주변 등 노인 통행이 많은 곳을 실버존으로 지정하고, 노인 교통사고를 막을 안전시설의 보완·관리 등 운영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운전자들은 스쿨존과 함께 실버존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노인들도 무단횡단을 삼가하고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