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리 노인복지관 앞만 유일 존재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영광에 매년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늘고 있지만, 정작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광군에 따르면 군의 전체인구 5만2197명 중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이 30.6%(1만5999명)를 차지하는데 노인보호구역인 ‘실버존’은 신하리 노인복지관 인근 1곳만 지정돼 있다.
군은 2018년 8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신하리에 위치한 노인복지관 주변을 중심으로 반경 100m 이내 구간을 실버존으로 지정했다.
지난 20일 노인복지관 앞 도로에 지정된 실버존을 찾아가보니, 도로반사경이나 단속 카메라도 없어 사실상 차량들이 제한 속도도 없이 주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스쿨존에 단속카메라가 있어 차량이 속도를 줄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노인 김모(71)씨는 “노인복지관 앞 도로에서 차들이 쌩쌩 달려 다칠 뻔한 적이 많다”며 “지난달에는 주차된 차량 사이를 빠져나오다 지나가는 차를 못 보고 치일 뻔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전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2019년~2021년)간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는 총 241건이 발생해 21명이 숨지고 276명이 다쳤다. 2019년 100건, 2020년 77건, 2021년 64건과 비교할 때 크게 줄지 않고 꾸준히 발생해온 것이다. 2021년 노인 고령자 교통사고는 13세 미만 어린이 교통사고 5건에 비해 12.8배 많다.
노인 교통사고 역시 어린이 교통사고 못지않게 심각하지만, 실버존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비해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얼핏 보기에 스쿨존과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도로교통법 상 스쿨존에서는 무인단속카메라 등 보호시설의 설치 의무가 있는 반면 실버존은 설치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실버존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 교통사고의 위험도가 늘어난다는 문제 인식이 대두되면서 2008년부터 도입됐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군민 박모씨는 “10년 넘게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실버존은 처음 들어봤다”면서 “내비게이션 알림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스쿨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매년 증가 하고 있지만, 영광군은 지정된 실버존에 대한 교통안전시설도 태부족했다. 노인 교통안전사고예방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군 건설과 관계자는 “스쿨존에 비해 실버존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노인보호구역 선정확대 및 교통시설물을 경찰서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