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규제봉 설치로 사라지는 군민 혈세…현황 파악·관리도 안 돼
무분별한 규제봉 설치로 사라지는 군민 혈세…현황 파악·관리도 안 돼
  • 최윤희 기자
  • 승인 2023.03.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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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목적별 담당도 달라, 숫자로 관리하는 게 무의미해
-훼손된 차선규제봉 안전위협·미관 저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차선규제봉의 설치 및 운영·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선규제봉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서 운전자의 주의가 현저히 요구되는 장소에 위험구간을 예고하는 시선 유도의 목적이지만 중앙선 침범, 불법유턴과 끼어들기, 불법주정차 방지 등 얌체운전을 막는 데 더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길모퉁이나 불법주정차 금지지역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문제는 사고 위험을 줄여야할 차선규제봉이 이처럼 파손된 채 장기간 방치되면서 오히려 교통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데 있다. 일각에서는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광읍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는 며칠 전 야간에 운전을 하던 중 차도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차선규제봉을 피하다가 옆 차량과 부딪혀 사고가 날 뻔했다지자체가 도로시설물 유지 보수를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큰 문제다. 관리가 제때 되지 않으면 나 같은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선규제봉이 파손되는 이유는 플라스틱 재질로 부딪쳐도 차량에 큰 충격이 없다보니 운전자들의 부주의나 고의로 인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운전자 부주의 등으로 파손된 규제봉이 도로를 굴러다니면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교통 장애물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을 들여 차선규제봉을 설치해놓고도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는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본지 취재진이 영광군청에 차선규제봉 현황을 확인하려고하자 도로별, 목적 등에 따라 관리부서가 제각각이라 따로 현황을 파악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군민혈세를 들여 설치를 하고도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워낙 숫자도 많고, 수시로 파손되기 때문에 몇 개나 설치돼있는지 숫자로 관리하는 게 무의미하다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오면 예산 범위 안에서 확인하고 보수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원 신고 후 정비에 나서는 땜질식 대응보다는 인력과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한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차선규제봉은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민원 신고를 받은 뒤 정비에 나서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예산 낭비를 막고 지속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도로시설물 전체 현황을 파악하고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