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장 시한 불확실한 고준위특별법…포화 임박 이유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사설] 저장 시한 불확실한 고준위특별법…포화 임박 이유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 투데이영광
  • 승인 2023.03.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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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처리방법을 규정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입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 외 지역에 중간 또는 영구저장시설을 조속히 만들되 그때까지는 기존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발의된 법안은 3건으로,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 중이며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한빛원전 등의 사용후핵연료 포화가 임박함에 따라 정부가 처리를 촉구하고 있고, 법안 발의에 여야 의원이 고루 참여했기 때문에 본회의에 회부될 경우 통과 가능성이 높다.

 원전 지역 입장에서는 중간 또는 영구시설을 조속히 만든다는 약속보다 최종 부지가 확정되기 전에는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저장한다는 대목에 더 민감하다.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10, 20년 이후라도 영구 팡폐장 건립 보장은 어렵다. 정부가 1980년대부터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려 했으나 8차 시도까지 모두 실패로 돌아간 전례가 이를 증명한다. 또한 1개 법안을 제외하면 임시시설 유지 기한이 없다. 영구시설이 지어지지 않았을 때 책임 물을 대상이나 방법도 없다. 법만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으면 원전 지역의 임시시설은 사실상 영구저장시설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원전 가동 이후 40년 이상 해결되지 않는 난제 중의 난제다. 영광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6기로 풀가동 중이다. 원전이 돌아가는 한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나온다.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어딘가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디 어떻게 저장할지 아무도 대답 못한다. 사용후핵연료 포화가 임박한 고리원전에서는 얼마 전 임시 건식 저장시설 설치안이 확정됐다. 국내 원전 부지에 경수로 건식저장시설이 건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에서 추진하는 특별법과는 별개다. 특별법이 없어도 고리원전에 임시저장시설은 들어서게 돼 있는 것이다.

 한수원이 고리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짓는 것은 그동안 저장해온 습식저장시설이 포화용량이 앞당겨진 탓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탈원전'에서 벗어나면서 원전가동율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사용량도 늘어난 것.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는 18600t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빛원전의 저장시설 포화시점은 2030, 한울원전 2031, 고리원전 2032, 월성원전 2037, 신월성원전 2042년으로 1~2년 앞당겨진 가운데 고준위방폐물 영구 처분시설은 2050년 이후에나 구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내 임시시설은 눈앞에서 진행되는 현실이고, 특별법에서 계획하는 영구시설은 불확실한 미래다.

 언제 지어질지도 모를 영구시설 설치 로드맵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그동안 너무 신뢰를 주지 못했다. 임시시설 가동 시한과 책임 주체를 특별법에 명시하는 노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단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불완전한 특별법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지역의 저항만 자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