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낭비' 양곡관리법, 밀어붙일 일 아니다
[사설] '혈세 낭비' 양곡관리법, 밀어붙일 일 아니다
  • 투데이영광
  • 승인 2022.11.0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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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쌀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단독 처리한 가운데 국민의힘의 반발이 이어지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이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 안정을 위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임의조항인 쌀 시장격리를 의무조항으로 바꾼 것이다. 현행법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일 경우 정부가 그 범위 내에서 구매하도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쌀값이 5% 이상 떨어지거나 수요 대비 생산량이 3%를 넘어가면 무조건 사들이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쌀값 폭락에 대처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시장 격리 의무화여선 곤란하다. 쌀은 현재 수요에 비해 과잉 생산되고 있다. 반면 소비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농민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미 지난해 초과 생산된 37t 매입에 7,900억 원 가량을 썼다. 올해도 1조원대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초과 생산량이 203064t으로 늘어나고 매년 14천억 원의 세금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소비 감소 추세에 맞춰 쌀 재배 농가를 줄여야 할 판에 오히려 국민의 혈세로 구조적인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기는 꼴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십 년간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쌀산업 구조가 바닥부터 붕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그동안 정부 비축미는 사료용과 주정용으로 헐값에 처분돼왔다. 정부가 매년 의무적으로 쌀을 고가에 사서 헐값에 팔게 되면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재정이 한정돼 있는 만큼 쌀 구매에 예산을 많이 배정하면 콩, 밀 등 대체작물 재배 유도와 스마트팜·청년 농업인 육성 등 다른 곳에 쓸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 생산 농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식생활 변화에 따른 소비 감소 추세에 맞춰 쌀 재배 농가를 줄여야 할 판에 오히려 과잉 생산을 방치하거나 부추기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공공비축미 45t과 별개로 초과 공급물량 45t을 매입하겠다고 한 만큼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식량안보는 쌀의 과잉생산을 막으면서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는 밀과 옥수수, 콩 같은 대체 작물 재배 유도 등으로 수입 물량을 줄이면서 장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농업 구조 조정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