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과 농자재값 폭등으로 인해 영광군 농민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영광군 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0일 오전 10시경 영광군청 앞에서 농민 총궐기 대회를 열고 “이번 쌀 대란의 원인이 정부의 늑장대응과 40만8000t의 수입쌀 때문이다”라며 “군은 쌀값 폭락과 농자재 값 폭등, 나락 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지난 25일 정부가 쌀값 대책으로 내놓은 45만톤의 쌀을 수확기에 매입해 시장 격리하겠다는 대책에 대해서도 ‘빚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밥 한 공기에 농민에게 돌아가는 원가는 206원에 불과한데, 최소 300원 이상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시장격리를 실시하면 당장 가격폭락은 멈출 수 있겠지만, 이미 쌀값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시장가격 수준으로 수매가 이뤄진다면 쌀값이 완전히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쌀 공정가격제를 도입하고 쌀 수입중단 등 대책을 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면세유 등 농자재 지원도 확대해 농업 생산비를 보전하고, 농민생존권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단체는 ‘쌀값 보장 대책 수립’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한 쌀 공정가 도입’ ‘농가 생활안정보상금 지원’ ‘쌀 수입 중단 및 수입쌀 시장방출 중단’ ‘정부수매 확대’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생산비 폭등과 폭락한 쌀 가격으로 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내년 농사를 포기할지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에도 이와 관련한 정부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등 근본적인 농업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영광농협에 따르면 올해 쌀 재고량은 3000t으로 지난해 쌀 재고량에 비해 약 2500t이 늘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쌀 생산량은 2005년 476만8000t에서 2010년 429만5000t, 2015년 432만7000t, 2021년 388만2000t으로 17년 새 18.5% 감소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05년 80.7㎏에서 2021년 56.9㎏으로 29.4% 줄며 더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식습관 변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쌀 재고는 늘어나지만 반대로 쌀 소비량은 줄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정곡(일반계, 20kg) 가격자료에 따르면 25일 기준 올해 정곡 가격은 4만394원이며 전년 9월 대비 24.9%(5만3816원) 감소해 45년 만에 역대 최대 하락 폭을 보이고 있다.
영광농협 관계는 “정부는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했지만 지금과 같이 시장격리제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양곡정책, 식량자급정책 문제가 지금의 쌀값 폭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물가상승으로 비료값, 농약값, 면세유, 국제곡물가 등이 폭등했는데 쌀값만 폭락했다”며 "더 이상 쌀값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단의 쌀값 대책, 농가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군 농업유통과 관계자는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현실적인 중장기 대책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군 차원에서 쌀 소비대책 추진, 조곡 자체매입 가격보전 대책마련 등을 계획 중"이라며 "농가들을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300여명이 참가한 집회에 앞서 트랙터 20대, 트럭 60대에 ‘쌀값 폭락! 대책마련!’, ‘쌀 수입·방출 중단!’ 등이 적힌 현수막을 걸고 영광군청, 남천4거리를 시작으로 도로 홍보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