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을 임자 없는 돈으로 여기는 부정 수급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문제다. 이는 보조금 수급자들의 잘못된 인식도 문제지만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수급자들은 눈먼 돈으로 인식하고 지자체도 집행 실적을 높이는 데만 골몰할 뿐 정작 대상자 선정과 사용처의 적절성 등 관리에는 소홀하면서 부정 수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농림사업보조금, 일자리 안정자금, 노인 일자리 등 현금 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부정 수급 사례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실효성 있는 누수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보조금이 늘어날수록 부정수급 비리도 함께 증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농업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얼렁뚱땅 서류를 작성하거나 요건을 맞춰 수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내 엉뚱한 곳에 쓰기도 했다. 영광군만 해도 한 농업인이 시공업자와 짜고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의 공사비를 부풀려 신청해 부정 수급한 사례를 비롯해, 모 업체 대표는 이미 근저당이 설정된 공장을 담보로 한 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해 보조금을 받아 챙겨 직원들의 월급을 주거나 원자재를 구입하는 등 보조금을 전혀 다른 곳에 쓴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농업 국고보조금이 부실하게 운영된 데는 우선 농업인이나 영농법인 또는 영농단체의 비정상적인 사고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연구개발 지원금, 농업 보조금 등을 목적과 용도에 맞게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혈세인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해 횡령하거나 용도 외에 쓰고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등 비리가 심각하다. 이처럼 비리가 만연한 것은 국고보조금이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조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리 감독기관인 지자체의 묵인과 태만이 부정수급 관행을 키웠다는 것이다. 충분한 타당성 심사나 중복성 검토도 없이 보조금이 선정 집행됐고 보조금 사업자에 대한 사후 감시 감독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농업 국고보조금은 안팎으로 힘든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지원되는 국책사업이다. 농업 국고보조금으로 제대로 일하려는 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보조금이 돌아가야 국고 낭비를 막고 농업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경제 활성화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보조금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보조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보조금 부정 수급 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상시적인 감사와 수사를 통해 더 이상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필요한 곳에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보조금 부정수급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강화하고, 지원 사업이 합리적으로 집행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 부처와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국고보조금 운영 실태에 관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