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사라진 땅에 태양광만…떠나는 임차인에 가구수 급감
염전 사라진 땅에 태양광만…떠나는 임차인에 가구수 급감
  • 최윤희 기자
  • 승인 2022.09.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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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읍에 이어 염산면 염전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영광군은 평지가 넓고 햇빛과 바람이 좋아 전국 최대 천일염 생산지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여 바람과 햇빛만으로 증발시켜 만드는 소금으로 영광은 밀물과 썰물의 조수 간만의 차가 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영광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은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 건강에 좋은 미네랄이 풍부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천일염보다 미네랄이 두 배 이상 많이 들었다는 사실도 학계에 보고됐다.

 하지만 백수읍의 염전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가파른 증가세에 힘입어 태양광 발전소가 우후죽순 들어서게 되면서 염전은 태양광 패널로 뒤덮였고, 수십 년간 지켜온 생계 터전이 사라지면서 염전 주민들과 임차인들이 쫓겨난 지 오래됐다.

 영광에는 염산면에도 염전이 있다. 바람과 일조량이 풍부한 염산면 두우리 갯벌은 천 년 전부터 소금 생산지대로 명성이 높았다. 그래서 지명 역시 소금산이라는 의미의 염산이다. 신라시대에는 지금의 염산 지역을 소금이 바다를 이룬다는 의미의 염해라고 불렀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는 소금을 굽는 곳이라는 의미의 염소라 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도 염산면은 국내 천일염의 10~15%를 생산하는 신안 다음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천일염 생산지다.

 염산면 염전은 아직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사업자 중심의 입지 선정, 무분별한 허가 등으로 인해 이곳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염전마을에 재생에너지 열풍이 불기 시작한건 정부의 ‘3020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정책발표된 직후부터다. 백수읍은 모래가 많고 바람이 세 풍력발전소가 먼저 들어섰다. 이후 염전마을 태양광까지 가세하면서 발전소 인근은 전기를 외부로 보내는 전선이 어지럽게 설치돼 있다. 이 탓에 송전탑 설치 문제도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주민간의 갈등을 만들고 있다.

무분별하게 염전에 태양광이 설치되는 이유는 염산업 종사자 절반 가까이가 땅을 빌려 쓰는 임차인이기 때문이다. 천일염전을 직접 꾸리는 어업인들은 주변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섰을 때 중금속 등 유해물질 유입과 바람 차단을 우려하고 있다.

 수십 년 간 염전을 빌려 소금을 생산해 오던 임차인 A씨에 따르면 염전 농가 대부분이 염주로부터 염전을 빌려 쓴다염산면에 태양광 발전 허가가 나면서 태양광 사업자들과 땅 주인들이 계약을 체결했다고 들었는데, 염주가 염전에 태양광발전소를 유치하면 임차인이 쫓겨나는 것은 시간문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사업이 들어오면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돼야 하는데 우리는 아무런 도움 없이 생업을 중단하고 그냥 떠나야 할 입장이 됐다고 호소했다.

 이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산은 주민들과 갈등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해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염전을 빌려 소금을 생산해 오던 임차인들은 마을을 떠나고 이에 따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군도 무분별한 태양광 개발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군 종합민원실 관계자는 염전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군 차원의 우려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염전은 사유 재산이라 태양광 설치를 제재할 근거가 없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적절한 구조조정이 필요해보여 폐염전에 대해서만 허가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