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는 오르는데 폭락하는 쌀값…장기적인 대책 마련해야
[사설] 물가는 오르는데 폭락하는 쌀값…장기적인 대책 마련해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2.09.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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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곡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유독 쌀값이 폭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건비·자재값·비료값 등 농자재 값이 폭등해 쌀 생산 비용이 크게 늘어난 반면 쌀값은 폭락해 쌀과 관련한 모든 산업 종사자들이 한숨을 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농민과 농협 등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 8월 기준 2042522원으로 전년 동기(55630) 대비 23.6%나 폭락해 4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모든 곡물은 가격이 올랐음에도 쌀값만 떨어지는 상황이니 농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름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쌀 소비량이 급감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쌀값의 상승과 폭락은 연례 행사처럼 반복돼 왔고 지난해 1080kg 기준 227212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세다. 공급량은 많고 소비량은 줄다 보니 지난해에 비해 약 5만 원 가까이 급락했다. 치솟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농민들의 수입은 그 이상 감소한 셈이다. 게다가 올해 수확한 쌀이 풀리면 쌀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

 이에 쌀값 안전 대책을 요구하며 다 자란 들판의 벼를 갈아엎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 농민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 쌀을 수매한 농협은 재고가 넘치면서 보관할 공간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보관 비용 급등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관한 쌀을 풀면 보관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쌀값은 더욱 하락하게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결국 농민들을 위해 쌀을 보관해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쌀값을 안정시켜야 할 농정당국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영광군은 벼 수확을 앞두고 쌀값 폭락이 지속되자 결국 공적재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군에 따르면 쌀값 폭락 대책으로 올해 영광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발생한 손실액의 70%를 농업발전기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지역 내 4개 농협들이 출자지분별로 부담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식의 땜질식 처방으론 수급 조절에 한계가 있다.

 이같은 쌀값 하락에 대해 일각에서는 보통 추수와 맞춰 진행됐던 쌀 시장격리가 늦어지면서 불거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잉 공급된 물량이 제때 격리되지 못하고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하락을 유도한데다 물량도 나눠서 격리하는 바람에 쌀 가격 하락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농협에서의 쌀 수매와 방출 제도로는 가격 상승과 폭락의 반복 상황을 막기에는 불가능하다.

 결국 주먹구구식 쌀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직불금 제도나 쌀 수급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큰 틀의 농업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인 된 것이다. 1년 농사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초과 공급물량을 결정해 신속하게 격리시켜 쌀값을 안정시키고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