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건주의로 예산 낭비하는 ‘고민 없는 행정’ 개선해야
[사설] 한건주의로 예산 낭비하는 ‘고민 없는 행정’ 개선해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2.05.0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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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세금으로 시행되는 공공사업의 예산 낭비가 여전하다. 과연 국민의 돈을 이렇게 갖다 버려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9년 영광군에 세워졌던 야간조명 사업인 루미나리에 조형물이 철거 요구 민원 발생으로 부분 철거됐다. 이 조형물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흉물스럽다는 지탄을 받아왔다. 군은 지난 2008년부터 지역 활성화를 위해 1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오다 결국 효과를 볼 수 없는 등의 이유로 방치돼 오다 철거비용을 들여 고철 처리했다. 수억,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공공조형물들이 시설 노후와 관리비 부담, 도시개발 등의 이유로 헐릴 공산이 많다. 조형물 설치에 들어간 전체 예산만도 수천억 원에 이르는데 또 상당한 철거비용이 낭비될 전망이고 보면 주먹구구식 전시행정의 폐해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하게 된다.

 돈은 돈대로 마구 갖다 붓고도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데는 구조적인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착공부터 하고 보자는 성급한 사업추진으로 예산이 엄청나게 낭비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지난달 주변 도로 및 교통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신지구 일원에 5200여만 원을 투입해 도로표지병을 설치했지만 잦은 사고를 유발해 잇따른 민원이 제기됐다. 군은 이 같은 민원이 빈발하자 설치된 표지병 간격을 넓히기 위해 부분 제거할 계획을 세우자 주위에서는 '한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한 예산낭비 행정'이었다는 비난이 일었다. 2021년 군비 7억 원이 들어간 영광-고창간 진입도로 개보수 사업을 예를 들지 않더라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된 사업들이 제대로 된 것은 드물다. 그런 사업들은 자연히 설계나 경제성 분석이 허술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예산이 이렇게 쓸데없이 쓰여지고 있는 근저에는 담당 공무원들의 잘못도 있지만 경제적 효율성을 감안하지 않는 정치적 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또한 선거가 임박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설익은 개발계획 사업이나 일회용 이벤트성 계획 등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꼭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선거가 예정돼 있다 해도 움츠려들 이유가 없다. 반면에 해당 정책, 사업들의 시의적절성, 타당성 등 문제보다 선거 정국에서 여론 지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로 인해 지자체 예산 운용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긴급' 지출 요인이 생기면 다른 공공복지 사업을 놓치거나 사각지대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생색내기에 급급해서는 곤란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들이 난무할 공산이 크다. 정치인들의 헛된 약속들로 더 이상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어서는 안된다. 공공사업의 구조적인 잘못을 시정하는 것과 아울러 정치인들의 억지공약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공공사업에 대한 투명한 제도적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 전시행정은 국민들이 결코 바람직스럽게 생각지 않는다. 국민의 혈세가 지원되는 만큼 더 이상 시행착오를 빚지 않도록 책임 한계를 분명하게 가려 사업을 시행토록 해야 한다. 이어 누구보다 주민들이 스스로 눈을 부릅뜨고 얄팍한 행정, 눈치 행정을 심판해야 할 것이다. 책임 있는 행정을 위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잠시 생각하는 여유를 갖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