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갈 길 멀다
[사설]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갈 길 멀다
  • 투데이영광
  • 승인 2022.01.11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전도 원전이지만 원전이 있는 한 불가피하게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원전의 부산물인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을 처리하는 문제다. 한 환경운동가는 원전이 안고 있는 배설물(방폐물)’ 문제를 지적하며, 원전은 화장실 없는 고급맨션이라고 비꼰 바 있다.

 지난 2003년 말 인구 6만 명의 작은 도시인 전북 부안군 위도가 방폐물 처리장 부지로 선정됐을 때 1만 명의 경찰이 투입돼 준전시상황이 벌어졌다.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부안 위도에 방폐장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저항하면서 부안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유치에 앞장선 부안군수가 주민에게 감금돼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단순한 반대가 아닌 원자력 폐기물이란 고위험 부담을 수십만 년 동안 감내할 수 있느냐는 '생존권'이 근본적 이유였다.

 결국 정부는 공개경쟁을 통해 경주에 3,000억 원을 지원하는 대신 중저준위 방폐장을 짓기로 결정, 현재 운영 중이다. 경주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 병원 방사능시설 등에서 사용한 장갑이나 부품 등 방사성 물질 함유량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분하는 시설이다. 방폐장에서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드럼통에 넣어 밀봉한 뒤 지하 80130m의 암반동굴 내 콘크리트 구조물(사일로)에 영구 저장하게 된다. 최대 10만 드럼의 폐기물을 영구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길이 1415m인 운영동굴과 1950m 건설동굴, 이를 연결하는 하역동굴, 방폐장 핵심시설인 사일로 6, 수직 출입구 등을 갖췄다.

 방사성 폐기물은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나뉜다. 문제는 아직 사용후핵연료 같은 훨씬 위험부담이 높은 고준위 폐기물 처리문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원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봉이 포함된다. 이는 10만 년 이상 격리보관해야 할 만큼 독성이 심하고 위험하다고 알려졌다. 경주와 건설계약당시 고준위는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고준위 처분장 설립까지는 더 심각한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

 보통 110급 원자력발전소 1기를 철거하면 5055t의 폐기물이 나온다. 콘크리트 97%를 제외한 약 6000t이 방사성폐기물이다. 여기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원자로나 사용후핵연료도 상당수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폐기된 핵연료봉의 영구 보관 장소는 물론 콘크리트 재활용 규정조차 없다. 사용후핵연료는 아직 영구 저장할 곳이 없어 고리·한빛·한울·영광 발전소의 임시저장시설(수조)에 쌓아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20195월 출범해 지난 3월 활동 종료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에 관해 아무런 해법을 도출하지 못했다. 정부도 원전해체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애드벌룬만 띄운 채 지역민에게 희망고문을 했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관리와 처분은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손쉬운 방법을 찾겠다고 부지 내 저장시설을 입법화한다면 더욱 큰 사회적 갈등만 불러올 것이다. 그동안 고생한 원전 주변 지역민들에게만 무한 희생과 양보를 강요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