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격 짓밟는 직장 내 갑질...괴롭힘 금지법 실효성 확보해야
[사설] 인격 짓밟는 직장 내 갑질...괴롭힘 금지법 실효성 확보해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1.11.23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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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 2019716일부터 제정됐지만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5.4%가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는 응답자 절반가량이 괴롭힘을 당했어도 진정서 제출, 신고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근로자들이 괴롭힘을 당해도 자신의 상관과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재확인하게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직장 상사의 지시나 성과에 대한 독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 때문이다. 괴롭힘의 판단 기준이 우월적 지위 행사,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여부 등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를 규명하기 쉽지 않은 탓도 있다. 생계가 걸리고, 성인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알리는데 주저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 부당 지시는 물론 모욕·명예훼손, 따돌림, 차별, 폭행과 폭언 등의 형태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직장인이 감수해야 할 고통은 직장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영광군 내 장애인단체 사무국장이 폭언·폭행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것도 장애인단체와 관계 공무원 등이 참여한 장애인 단체 행사 개최 관련 회의에서 의자를 던지고 거친 말과 욕설을 쏟아냈다고 한다. 충격적이고 망측스러운 일이다. 그는 의자는 자신 앞에 던진 것 일뿐 순간적으로 실수한 거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수긍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사무국장은 회원들이 사퇴를 요구하면 사퇴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그걸로 끝날 일이 아니다. 폭언·폭행 사태의 전말과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와 방지책 등의 적절한 조처를 내리는 게 옳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완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가해자는 적절하게 처벌하고, 신고자는 적극 보호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도 의무화하는 등 학교폭력에 버금가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