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리도 못할 스쿨존 뭐하러 만들었나
[사설] 관리도 못할 스쿨존 뭐하러 만들었나
  • 투데이영광
  • 승인 2021.09.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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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스쿨존이 운전자들의 무관심과 관할 기관의 관리 소홀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투데이영광 취재팀이 확인해 보니 스쿨존 내 CCTV 설치는 대폭 늘었지만 정작 절반 이상은 운용되지 않고 있었다.

 스쿨존이란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인근지역을 특별보호대상 구역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1995년 도입됐다. 전국적으로 5700여 곳이 지정돼 있다. 영광도 올해까지 8억여 원을 들여 14개소 인근에 27대의 CCTV를 설치했고 내년까지 2억여 원을 더 들여 초등학교 등 4개소에 7대의 방범용 CCTV를 설치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스쿨존에 대한 인식 부족과 설치된 CCTV 인수검사가 끝나지 않아 유명무실 하다.

 스쿨존의 시설과 관리가 개선돼야 할 것은 물론, 운전자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지난해 4월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 운전자들의 76%가 스쿨존을 잘 모르고 있었고, 스쿨존 안에서 금지돼 있는 주·정차를 했거나 시속 30제한속도를 위반한 경험이 있는 운전자들도 각각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들이 규정을 몰라 위반하는 사례가 그만큼 많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10만명당 14세미만 교통사고 피해자 숫자가 회원국 중 가장 많다고 한다.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도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스쿨존이 제 구실을 못하는 데는 운전자들의 무관심 탓도 크겠으나 관계 당국의 무성의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정만 하고 사후 관리에 소홀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경찰과 군청이 나서 스쿨존에서의 과속 등 법규위반 행위를 강력 단속하는 한편 등·하교 시간대에 전담 관리요원을 집중 배치해야 한다. 해당 학교와 연계해 학부모들의 도움을 얻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운전자들에게 꾸준히 스쿨존의 존재를 알리고 난폭운전을 자제해 줄 것을 홍보할 필요도 있다. 스쿨존이 유명무실해지면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제도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도입한 이 제도가 시행 16년이 되도록 정착되지 않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스쿨존만 제대로 지켜진다 하더라도 어린이 교통사고는 크게 줄일 수 있다. 군이 스쿨존 제도 정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등·하굣길 하나 책임 못지는 어른들이라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