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광 한빛 원전 안전 구멍에 품질 검증도 허술하다니
[사설] 영광 한빛 원전 안전 구멍에 품질 검증도 허술하다니
  • 투데이영광
  • 승인 2021.06.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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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건물은 중대사고 시 위협 요소들로부터 최후의 보루인 만큼 외벽이든 내벽이든 100% 완전무결해야 한다. 국민도 당연히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고 중대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믿는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한빛 원전 5호기 원자로 헤드 공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4호기는 원전 사고 시 방사능 누출을 막아주는 격납 벽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 메움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격납건물 격실 벽에 많은 구멍이 방치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원전 안전을 위한 공사가 졸속이었다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앵무새처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뇌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다는 점이다. 원전은 안전이 생명이고, 그 바탕은 국민의 신뢰다. 모든 원전에 전면적인 조사와 건전성 평가까지 다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부실공사가 드러난 한빛 5호기는 지난해 4월 계획예방정비 시작부터 불안감을 노출했다. 정비가 시작되고 곧바로 5월 관통관 84개 중 1개에서 미세 균열이 발생해 냉각재인 붕산이 누설된 것이다. 한수원은 균열을 덧씌움 용접했지만, 이어 7월에는 다른 관통관에서 본래 용접해야 할 인코넬 690이 아닌 스테인리스 재질로 잘못 시공된 사실이 작업자의 신고로 드러났다. 잘못된 부위를 제거하고 인코넬 690으로 재용접한 뒤 전수 조사해 다른 관통관에는 문제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가동 준비 중 증기발생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가동을 미뤄야 했다. 원전 당국은 언론 등의 문제 제기 이전에는 부실 자체를 알지도 못했으니 부실 점검이라는 지적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렇게 한국수력원자력이 만들어 보내준 '점검서'에 의존해 현장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이상 없다'는 결론을 원자력안전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내렸으니 이 문제가 그동안 덮여 있었던 것이다. 원자로를 보호하는 시설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형 사고의 빌미는 결국 작은 허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원전 중대사고는 1억 년에 한 번 날만큼 안전하다'고 큰소리치던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우리는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와 함께 관통관 84개 중 7개가 잘못됐다고 밝혔지만, 26개 관통관은 영상 불량으로 확인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원전 당국은 영상 불량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전수 조사 시에는 영상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자격 검증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안전 불감증이 또 있을까 싶다. 최악의 사태 때 작은 구멍이 큰 균열로 이어질 수 있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모든 원전에 대한 철저한 안전 점검과 함께 졸속 공사 및 부실 점검의 원인 규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원전 안전을 지키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