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어촌지역 공공병원은 국민건강과 복지에 미운 오리새끼
[기고] 농어촌지역 공공병원은 국민건강과 복지에 미운 오리새끼
  • 투데이영광
  • 승인 2021.01.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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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유권자연맹 영광군지회장김혜경
김 혜 경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영광군지회장

 며칠 전, 신년 인사차 지인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던 중 한 분이 “영광은 음압 병상이 없어서 절대 코로나 걸리면 안된다”는 말을 건네기에 필자도 깜짝 놀라며 맞장구를 쳤던 기억이 난다.
 현재 영광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환자는 강진의료원으로 이송되어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에 코로나19 치료 의료기관이 없는 곳이 비단 영광지역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특히 영광은 원자력발전소가 위치 하고 있어 지역 특성상 원자력 사고에 대한 위험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긴급 재난 상황에 대비하려면 우리 지역의 의료원 건립의 중요성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미국 LA에서는 심각한 병상 부족으로 생존 가능성이 없는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도 한다.
 이러한 안타까운 일들은 왜 생기는 걸까?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따라 실제로 검사와 치료를 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보건소와 공공병원, 특히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 의료원이다.
 이러한 공공병원에 대한 우리나라 현황을 보면 전체 의료기관의 5%(221개) 수준밖에 되지 않고 병상 또한 전국 전체 병상의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코로나 환자의 80%를 진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게 되면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결국은 환자가 방치되어 소중한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및 재난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다행히 메르스나 코로나19로 인해 공공병원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과 지자체의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 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지난달 정부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공공병원을 신축하고 병상을 늘려가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공의료병원 건립은 사회적 논의와 지지를 필요로 한다. 긍정적 논의 형성으로부터 공공병원 건립까지 더디기 마련이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공공병원이 확충되면 향후 또 다른 감염병 발생 시 오늘과 같은 고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머릿속에 인식되고 있는 공공병원, 특히 국립대병원을 제외한 지방의료원은 의료의 질이 낮고 시설이나 의료장비도 낙후되어 있어 섣불리 찾고 싶지 않은 의료기관으로 인식되어 있다. 진주의료원의 폐업 사례를 보듯 시·도지사들이 공공병원을 짓기 두려워하는 이유도 단순히 적자가 나서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운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공공병원을 건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을 넘어 중앙에서 큰 틀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공공의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교육이나 컨설팅 등을 해줄 수 있도록 관리하고, 시설‧장비 그리고 의료역량을 갖추어 지역 내 의료거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공공의료기관의 위상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과 같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 코로나19 등 감염병이나 재난 상황에서의 대응도 문제지만, 인구 고령화 및 인구 감소로 인해 의료시장은 결국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건강, 의료, 돌봄, 복지는 해당지역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위험요소가 될 것이므로 공공의료원 등 공공이 중심이 되어 지역 어르신의 건강을 돌보는 컨트롤타워 역할도 병행해서 수행해야 할 것이다.
 농어촌 지역의 지방의료원은 국가적 재난·재해 및 응급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안전망 역할을 하며, 평상시에는 지역민의 통합 건강 돌봄 역할을 하는 병원으로 거듭나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건강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농어촌지역 공공병원은 미운 오리 새끼와 같다. 미운 오리 새끼가 국민건강과 복지 분야에 백조가 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코로나19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되어 영광 군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새해 소망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