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기숙사서 성폭행…피해자 보호 조치 미흡
대안학교 기숙사서 성폭행…피해자 보호 조치 미흡
  • 김형식 기자
  • 승인 2020.07.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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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피해 학생 사망

  군서면의 S 대안학교 기숙사에서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이 동급생인 한 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피해 학생은 급성 췌장염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피해 학생 부모에 따르면 올해 전남의 한 중학교에 입학한 A (14)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미뤄졌던 등교가 지난 67일 이뤄짐에 따라 설레는 마음으로 첫 등교에 나섰다.

  중학교 1학년 김모 군은 전남의 한 대안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으며, 김 군에게 악몽은 등교 3일째부터 시작됐다.

  4명이 한방을 쓰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A 군은 취침시간만 되면 같은 방 친구들로부터 성추행에 시달렸다.

  김 군은 지난달 19일에 기숙사 안에서 동급생 4명으로부터 성적 행위를 강요받아 왔다며 뒤늦게 부모에게 털어놨다.

  이어 김 군의 부모는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가해 학생들의 출석 금지 등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측이 가해 학생들에게 내린 조치는 피해 학생에 대한 접근과 보복행위를 금지하고, 특별 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도록 한 게 전부로 가해 학생들에게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후 가해 학생들은 사건이 접수되고도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갔지만, 정작 김 군은 불안감에 등교하지 못했다.

  학교 안에서 2명 이상이 성폭력을 행사했을 때 내릴 수 있는 출석정지조치는 없었다.

  그럼에도 가해 학생들의 등교는 계속돼 피해 학생이 계속 등교를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지난달 26일 전남도교육청이 가해 학생들에게 내려진 5호 조치(특별 교육 이수)를 집에서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인 등교 중지가 내려졌다.

  하지만 629일에 등교 의사 여부를 물어보기 위해 해당 학교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가해 학생 1명이 여전히 학교에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A 군의 몸 상태는 갑자기 나빠졌다.

  김 군은 극심한 호흡 불안을 일으키며 수면도 취하지 못하다 630일 오전 11시경에 가슴 통증과 호흡 불안으로 집 앞 2차 병원 응급실 내원 후 스트레스와 함께 급성췌장염이라는 판정을 받고 상급 병원으로 이송 후 중환자실에서 3일 동안 치료하다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한편, 김 군의 병원 소견에는 아이는 성폭력 피해 이후 사건과 연관된 반복적이고 침습적인 기억, 회피, 불안 등의 증상을 보인다향후 이러한 정서 상태에 대한 평가 및 이에 따른 정신의학적 치료와 안전하고 지지적인 환경조성을 포함한 적절한 위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안학교 학교장은 학생이 열반에 들어 학교에서도 참담한 심정이지만 아직 경찰 수사 중이라 수사 경과가 나와봐야 학교의 입장이 나올 것 같다가해 학생도 본교 학생으로 학습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남지방경찰청은 가해 학생들이 성폭행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합의 하에 장난을 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도 지난 17일에 유가족과 면담한 뒤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 파악에 나서라고 소관 부서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도 교육청은 영광교육지원청에 시민단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해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